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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유머4]돌개바람의 책임

 

어느 마을에 한 농군이 살고 있었다. 어느해 추석날 어머니산소에 가려고 길을 떠난 농군이 강을 건느려고 배에 올랐다. 배가 강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에 저쪽 기슭에서 마주 오던 배와 서로 어기게 되였는데 이때 갑자기 돌개바람이 불어와 그의 방갓(상제가 밖에 나갈 때 쓰는 갓)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맨머리바람으로 산소에 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였다.

 

배에서 내린 그는 한참 궁리하던 끝에 그 고을 원에게 자기의 딱한 사정을 호소해보려고 관가에 찾아갔다.

 

원은 대수롭지 않은 일로 관가에까지 찾아온 그가 어리서게 여겨졌지만 맨 상투바람으로 산소에 갈 수 없어 울상이 된 그의 효성이 지극하여 동정하는 마음도 가지게 되였다.

 

원은 배주인들을 불러들여 그때의 일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았다. 배주인들은 강 상류와 하류에 살고 있는데 요즈음은 장사를 하느라고 이 마을 앞강을 오르내리고 있다고 하였다.

 

"듣자하니 저 사람이 앞강에서 방갓을 잃은 것을 보고 너희들이 인사말 한마디 없이 모르는척 했다는데 사실인가?"

 

"예. 소인들이 서로 배를 어기다가 저 손님의 방갓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무슨 일로 불렀는지 몰라 가슴을 조이던 두사람은 마음을 놓으면 대답하였다.

 

그러나 원의 말은 엉뚱하였다.

 

"저 사람이 방갓을 잃은 것은 너희들의 탓이니 방갓을 사주어 속히 길을 떠나게 하라."

 

이 말을 들은 배주인들은 바람이 날린 방갓값을 왜 자기들이 물어야 하느냐고 억울한듯이 말하였다.

 

"너희들탓이 아니라고? 솔직히 대답하여라. 그래 너희들이 배를 타고 다니면서 한번도 바람에 대해 생각한 일이 없단 말이냐?"

 

원이 이렇게 호령하자 동쪽에 집이 있는 배사람이 대답하였다.

 

"예, 소인은 배를 탈 때 제발 동풍이 불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빈적이 있습니다."

 

"소인은 서풍이 불었으면 하고..."

 

서쪽에서 사는 사나이는 더듬거리며 말끝을 맺지 못하였다.

 

"그것 봐라. 아무리 하나님인들 서로 다른 너희들 비위를 어떻게 맞추겠느냐, 그러니 동풍을 보낼가, 서풍을 보낼가 망설이다가 마주쳐서 돌개바람이 될 수밖에... 이래도 너희 잘못이 아니란말이냐?"

 

말문이 막힌 배주인들은 잘못하면 더 큰 봉변을 당할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농군에게 새 방갓을 사주겠다고 약속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왔다.

 

이 소문은 한입두입 건너 이웃마을에 사는 한 욕심쟁이 부자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는 공짜라면 양재물이라도 들이마실 놈인지라 자기도 공짜로 갓을 가지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는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날 망건바람으로 원앞에 나타나 자기도 돌개바람때문에 갓을 잃었다고 상소하였다.

 

원은 그의 속마음을 알아차리고 음흉한 그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뜻밖에도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였다.

 

"허. 그것참 요즈음 돌개바람때문에 의관을 잃는 일이 자주 생기니 안된 일이로다. 우리 마을에서 생긴 일이니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 내가 새 갓을 마련해줄테니 념려말고 이곳에서 사흘동안만 머물도록 하라."

 

저녁에 원의 지시를 받은 각장사가 주막집에 찾아와 부자의 머리를 재여갔다.

 

사흘만에 갓장사는 떡시루만치 큰 갓을 원에게 바쳤다.

흙으로 구어 만든 옹기갓에는 량귀쪽에 제법 끈을 맷 수 있는 구멍까지 뚫려 있었다.

 

이것을 본 원은 입가에 알릴듯 말듯한 웃음을 지으며 사령을 보고 부자를 불러서 갓을 씌어보라고 분분하였다.

 

"갓이 맞기나 하는지...그만하면 바람에 날린 념려는 없을게다."

 

아침이 되자 새갓을 이제나저제나하고 기다리던 부자는 사령을 뒤따라 관가로 왔다. 그러나 옹기갓을 쓰게 된 부자는 관자노리가 으스러지는듯하고 목이 움츠러들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꼴을 내려다보던 원이 한마디 하였다.

 

"세찬 바람엔 그것만으로는 마음이 안놓일테니 끈을 매느니보다 아예 귀밑에 굵직한 못을 한개씩 든든히 쳐라."

 

급해 맞은 부자는 그제야 제 잘못을 깨닫고 잘못했노라고 빌어 겨우 무사히 풀려나왔다.

 

그러나 그후부터 그에게는 갓을 쓸 때마다 그 생각이 나서 목을 한 번씩 움츠리군하는 버릇이 생기였다고 한다.

 

 얕은 술책으로 공짜를 탐하려다 큰 낭패를 볼 뻔 했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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